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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자폐 스펙트럼 장애, 편견, 직장 내 다양성)

by 김선생슈 2026. 4. 23.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솔직히 처음 이 드라마를 틀었을 때 그냥 흘려보낼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첫 회 도입부에서 회전문 앞에 서서 꼼짝도 못하는 신입 변호사를 보는 순간, 예전에 함께 일했던 한 동료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능력은 누구보다 뛰어난데 왜 저렇게 보이는 걸까, 라는 질문을 그때도 저 스스로에게 던졌었거든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그 질문에 꽤 묵직한 방식으로 답을 돌려줍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드라마가 포착한 현실

혹시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단순히 말을 못하거나 사회성이 없는 상태라고 생각하셨던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 동료를 처음 만났을 때는 그렇게 이해했습니다. 회의 중에 갑자기 자기 관심사를 꺼내놓거나, 질문의 의도를 살짝 비껴서 대답하는 모습이 당황스럽게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고요.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Autism Spectrum Disorder)는 사회적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반복적인 행동 패턴을 핵심 특성으로 합니다. 여기서 ASD란 단일한 하나의 상태가 아니라, 증상의 종류와 정도가 사람마다 매우 다르게 나타나는 연속적인 스펙트럼을 의미합니다. 드라마 속 우영우가 반향어(echolalia)를 보이는 장면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반향어란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따라 반복하는 언어 패턴으로, ASD를 가진 분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의사소통 방식 중 하나입니다.

국내에서 자폐 스펙트럼 관련 공식 통계를 보면, 국내 특수교육 대상 학생 중 자폐성 장애 학생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출처: 국립특수교육원). 하지만 수치보다 중요한 건, 이 드라마가 ASD를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인지 구조로 표현했다는 점입니다. 우영우가 사건의 핵심을 고래 퀴즈에 비유하며 "무게에만 초점을 맞추면 문제를 풀 수 없다"고 말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시각 전환이었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제가 특히 눈에 들어온 부분이 있습니다. 명석 변호사는 처음에 영우의 뒷장, 즉 자폐라는 특이사항에만 시선이 멈췄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비단 드라마 속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저도 그 동료의 소통 방식이 낯설게 느껴졌을 때, 앞장에 적혀 있던 성과들을 잠시 잊었던 적이 있었으니까요.

편견: 핵심을 보는 눈

직장에서 누군가와 협업이 잘 안 된다고 느낄 때, 그 원인을 상대방에게서만 찾고 있지는 않으셨나요? 저는 그 동료와 함께 일하면서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참 늦게 던졌습니다.

우영우는 첫 사건에서 집행유예를 목표로 설정한 선배 변호사가 놓친 것을 단번에 잡아냅니다. 민법 제1004조의 상속결격 조항, 즉 살인미수죄 인정 시 피고인이 남편의 연금과 부동산을 상속받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상속결격(相續缺格)이란 고의로 피상속인을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자는 상속권을 박탈당한다는 법적 효과를 의미합니다. 이 지점을 짚어낸 것은 화려한 언변이 아니라 법 조문을 정확히 기억하고 사실관계에 연결하는 능력이었습니다.

두 번째 사건에서는 더 인상적인 장면이 나옵니다. 외상성 경막하 출혈과 자발성 경막하 출혈의 차이를 이용해 인과관계를 흔든 부분입니다. 외상성 경막하 출혈이란 외부 충격으로 인해 뇌를 감싸는 경막 아래에 혈액이 고이는 상태를 말하고, 자발성 경막하 출혈은 외부 충격 없이도 기저 질환이나 고령으로 인해 자연 발생하는 출혈을 뜻합니다. 피해자가 사건 전부터 "머리가 깨질 것 같다"고 호소했다는 진술, 81세 고령, 치매 병력, 이 세 가지를 연결해 인과관계에 균열을 만들어낸 것은 정말 영리한 논리 구성이었습니다.

이런 장면들을 보면서 제가 직접 느꼈던 것이 있습니다. 그 동료가 자료 검토 업무에서 보여준 정확성, 작은 수치 오류 하나도 놓치지 않는 집중력은 사실 일반적인 팀원들이 따라가기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소통 방식이 달랐을 뿐, 업무 역량은 오히려 팀의 빈틈을 메워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우영우가 놓치지 않는 것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법 조문의 정확한 문언과 사실관계의 연결
  • 타인이 당연하게 전제하는 프레임 밖에서 문제를 보는 시각
  • 의뢰인이 말하지 않은 감정과 상황을 행동 단서로 읽는 능력

직장 내 다양성: 현실에서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드셨던 분 계신가요? 현실에서도 저런 동료가 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라는 질문 말이죠.

제 경험상 이건 좀 솔직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 동료와의 협업이 솔직히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소통 방식을 제쪽에서 조금 바꾸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질문을 한 번에 여러 개 던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구체적으로 분리해서 전달하고, 모호한 표현 대신 명확한 기준과 기한을 제시했더니 오히려 그분이 더 정확하고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양성 포용(Diversity & Inclusion)은 기업 인사 분야에서 D&I라는 약어로 통용되는 개념입니다. 여기서 D&I란 단순히 다양한 배경의 인력을 채용하는 것을 넘어, 조직 내에서 각 구성원이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련의 노력을 뜻합니다. 국내에서도 장애인 고용 촉진과 관련한 제도가 정비되어 있으며, 장애인 고용 의무 기업의 범위와 기준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다만 이 드라마가 일부 장면에서 현실보다 이상적으로 그려진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우가 재판에서 단번에 흐름을 바꾸거나, 주변이 비교적 빠르게 그녀의 능력을 인정하는 과정은 극적 연출이 강하게 개입된 지점입니다. 실제 직장 환경에서는 그 이해와 신뢰가 쌓이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제 경험도 그랬고요. 하지만 그 드라마적 과장이 오히려 "이런 방식도 가능하다"는 상상력을 독자에게 열어주는 기능을 한다고 봅니다.

드라마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장면은 영우가 커튼을 쳐주는 손을 보며 "그건 죽이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는 행동"이라고 말하는 부분입니다. 감정을 직접 읽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정의 인물이 행동 단서로 마음의 진실을 꿰뚫는 장면입니다. 이 역설이 이 드라마가 가진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혹은 직장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고 계신다면 한 가지만 먼저 시도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상대방의 소통 방식을 고치려 하기 전에, 저처럼 제 쪽의 전달 방식을 먼저 바꿔보는 것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것이 달라집니다. 이 드라마는 그 사실을 꽤 설득력 있게, 그리고 재미있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드라마 감상을 바탕으로 쓴 의견 공유 글이며, 전문적인 의료·법률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wCNjTjWd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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