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실패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대학원 시절 웹툰 IP(지식재산권) 영상화를 주제로 논문을 쓰면서 그 반대 사례를 숱하게 목격했습니다. 2026년 하반기, 기대작들이 줄줄이 대기 중입니다. 소지섭 주연의 <김부장>부터 수지·김선호의 <현혹>, 그리고 <유미의 세포들 3>까지, 이 라인업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김부장 : 특별한 이유, 설정에서 이미 절반은 먹고 들어갑니다
<김부장>은 박태준 유니버스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합니다. 여기서 박태준 유니버스란, 웹툰 작가 박태준의 작품 세계관을 공유하는 시리즈군을 의미하는데, <외모지상주의> 등으로 이미 독자층이 탄탄하게 형성된 IP입니다. 제가 논문을 쓰던 시절 직접 분석했던 작품이기도 한데, 당시에도 "이건 영상화되면 무조건 화제가 된다"는 의견이 인터뷰한 작가들 사이에서 꽤 많이 나왔습니다.
주인공 김부장은 중소 저축은행 부장으로 위장한 전직 남북파 공작원입니다. 북파 17회, 남파 2중 간첩 5회, 북한 최고 사령관 암살 미수라는 전력을 가졌지만, 지금은 딸 민지를 키우는 평범한 아버지로 살아갑니다. 글로만 읽어도 소름이 돋았던 "내 딸이 살아있다고 믿으니까 살려두는 거야"라는 대사가 드라마에서 소지섭의 목소리로 나온다고 생각하면, 솔직히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기대됩니다.
소지섭 캐스팅은 제가 논문 작업 당시 직접 예상했던 그 이름이었습니다. 당시 제 논문에서도 '원작 팬덤이 영상화 배우에게 거는 기대치'를 분석하는 항목이 있었는데, 공작원이라는 정체를 숨기고 무릎을 꿇는 장면이 가능한 배우, 즉 강인함과 굴욕감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었습니다. 빌런 주강찬 역의 주상욱, 박진철 역의 윤경호, 성한수 역의 최대훈까지 조연 라인업도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이번 작품의 관전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전직 공작원이라는 정체를 숨긴 채 딸을 위해 무릎 꿇는 이중적 설정
- 용역 깡패 출신 건설사 대표 주강찬(주상욱)과의 충돌 구도
- 서아시아·중동 내전 참전 경력의 박진철, 1440도 발차기가 주특기인 성한수 등 조력자 캐릭터의 액션
- 이승영 감독 특유의 범죄 액션 연출 스타일
감독은 <보이스 2>, <트레이서>, <원더풀 월드>를 연출한 이승영 감독입니다. 이 세 작품의 공통점은 장르적 완성도보다는 인물의 심리적 밀도에서 강점을 보인다는 점인데, 김 부장이라는 캐릭터와 방향성이 잘 맞아 보입니다. <김부장>은 2026년 6월 26일 SBS에서 10부작으로 방영 예정입니다.
현혹 : 부활남,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는 작품들
<현혹>은 배우 수지가 흡혈귀 송정아를, 김선호가 무명화가 이호를 연기하는 작품입니다. 이 드라마의 장르는 다크 판타지 로맨스로, 다크 판타지 로맨스란 공포나 초자연적 요소를 배경으로 깔되 중심 서사는 인물 간의 감정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장르를 의미합니다. 원작 웹툰 자체가 가진 분위기가 워낙 독특하기 때문에 영상화할 경우 미장센(화면 구성 전반의 시각적 설계)이 얼마나 정교하게 구현되느냐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연출을 맡은 한재림 감독은 <더 킹>과 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로 이미 영상 미학적 역량을 입증한 감독입니다. 제작진만 보면 기대치가 올라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김선호 배우의 탈세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디즈니 플러스 측이 공개 일정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창작물의 운명이 배우의 개인 이슈에 좌우되는 경우를 제 논문 주제인 웹툰 IP 영상화 사례에서도 여러 번 분석했는데, 이처럼 외부 변수가 작품 공개 타이밍 자체를 흔드는 상황은 결코 드물지 않습니다.
<부활남>은 구교환이 72시간 뒤 부활하는 능력을 가진 석환을 연기하는 영화입니다. <뷰티 인사이드>의 백종열 감독이 연출을 맡았는데, 이 부분이 저는 오히려 걸립니다. <뷰티 인사이드> 이후 감독의 필모그래피가 다소 정체된 상황에서, 2023년에 촬영이 끝난 작품이 2026년에야 개봉한다는 것은 단순한 배급 전략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약 3년의 후반 작업 기간은 통상적인 편집 및 VFX(시각 특수 효과) 처리 기간을 상당히 초과합니다. 여기서 VFX란 디지털 기술로 실제 촬영 이후에 화면 내 시각 효과를 추가하거나 수정하는 작업을 의미하는데, 판타지·액션 장르에서 후반 작업이 길어지는 경우는 대부분 완성도에 문제가 있거나 배급 전략상 문제가 생겼을 때입니다. 아직 단언하기는 이르지만, 긍정적인 신호는 아니라고 봅니다.
국내 OTT 및 방송 시장에서 웹툰 원작 콘텐츠의 편당 제작비는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으며, 원작 IP 활용도가 높은 콘텐츠일수록 초기 시청률 확보에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유미의 세포들3 : 3년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유미의 세포들 3>는 시즌 2 종영 후 약 3년 만에 돌아오는 후속 시리즈입니다. 여기서 짚어야 할 개념이 시리즈의 서사 연속성인데, 서사 연속성이란 시즌 간 인물의 감정선과 성장 흐름이 단절 없이 이어지는 정도를 의미합니다. 3년이라는 공백은 시청자의 감정 몰입도 측면에서 분명히 리스크 요인이 됩니다.
남자 주인공 신술록 역에는 김재원 배우가 캐스팅되었습니다. 제가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싶었던 부분이 있는데, 김재원은 <은중>과 <상현>에서 김고은과 이루지 못한 사랑을 연기한 배우입니다. 팬들 사이에서 오래 회자되던 두 배우의 조합이 이번에 공식적으로 성사된 셈인데, 이 캐스팅 자체가 원작 팬들에게 보내는 하나의 신호처럼 느껴집니다. 시즌 2 엔딩에서 술록이 깜짝 등장한 장면이 있었는데, 그 짧은 등장만으로도 온라인 커뮤니티 반응이 상당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기대 자체는 충분히 근거가 있습니다.
시즌 2를 연출했던 이상엽 감독이 시즌 3에도 그대로 메가폰을 잡는다는 점은 서사 연속성 유지에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주인공 황민현 배우는 2024년 12월 소집 해제 후 올해 초 촬영에 들어갔다고 하니, 빠르면 2026년 하반기 공개를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2026년 4월 13일 공개 예정인 이번 작품이 유미의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 짓느냐에 따라, 국내 웹툰 원작 시리즈의 기준점이 새로 세워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국내 웹툰 산업은 2023년 기준 시장 규모 약 2조 원을 넘어섰으며, 웹툰 원작 드라마·영화의 흥행이 원작 플랫폼 유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출처: 한국만화영상진흥원).
2026년 상반기부터 하반기까지 이어지는 웹툰 실사화 라인업은 분명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제가 대학원에서 이 주제를 논문으로 다뤘을 때만 해도 이 정도 캐스팅과 제작 규모는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김부장>은 설정과 배우, 감독 세 가지가 모두 맞아떨어진 작품이고, <유미의 세포들 3>는 감정적으로 기대가 가장 큰 작품입니다. <현혹>과 <부활남>은 외부 변수가 변수인 만큼, 공개 전까지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한 건 여러분은 이 중 어떤 작품이 가장 기대되시나요, 하는 점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yE8nCy4hN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