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21일, 모범택시 3의 첫 방영이 확정되었습니다. 예고편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국내를 넘어 일본 야쿠자 조직까지 파고드는 스케일에 기대와 함께 묘한 걱정이 동시에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이 드라마가 과연 '통쾌한 복수극'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법치주의와 정의의 본질을 건드리는 작품이 될 것인지, 그 경계에 서 있는 것 같았습니다.
스케일 확장: 국경을 넘은 사적 제재
모범택시 시리즈는 시즌마다 무대를 넓혀왔습니다. 시즌 2에서 베트남 불법 도박 조직을 소탕한 데 이어, 이번 시즌 3에서는 인터폴(INTERPOL)과의 협력 수사 장면이 등장합니다. 여기서 인터폴이란 국제형사경찰기구(International Criminal Police Organization)의 줄임말로, 190개국 이상의 경찰 조직을 연결하는 세계 최대의 국제 수사 공조 기관입니다. 쉽게 말해, 한 나라의 경찰이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국경을 초월한 범죄를 다룰 때 공식 창구 역할을 합니다.
김도기가 일본어가 적힌 택시에 탑승해 위장 취업하는 장면은 단순한 스케일 업 그 이상으로 읽힙니다. 제가 직접 예고편을 돌려보면서 느낀 건, 이 장면이 단지 '멋있어 보이려고' 넣은 게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일본에서 빚을 진 어린 학생들이 사고 용사 무실(사채 업자 등이 운영하는 불법 채권 추심 조직)을 통해 착취당하는 구조가 배경에 있고,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불법 추심 피해와 맞닿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는 한 가지 걱정이 생겼습니다. 무대가 해외로 계속 넓어질수록, 정작 대한민국 내부의 법 체계 문제는 드라마 속에서 점점 희미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국제 스케일'이라는 흥행 요소가 시리즈의 본래 정체성을 희석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지는 않을지,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신데 저도 그 우려에 어느 정도 공감합니다.
빌런 구도: 야쿠자부터 국내 가해자까지
이번 시즌의 빌런 라인업은 상당히 다층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고편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일본 배우 카시마츠 쇼가 야쿠자 조직원으로 등장하고, 일본 국민 배우 타케나카 나오토가 조직의 최고 배후 역을 맡았습니다. 여기에 윤시윤이 국내 에피소드의 빌런으로 특별 출연한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제가 예고편에서 가장 주목한 장면은 "지금까지 우리에게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또 한 명의 가해자"라는 김도기의 대사였습니다. 이 대사 하나로 시즌 전체의 반전 구조를 암시하는 방식은, 오상호 작가 특유의 내러티브 설계 방식입니다. 여기서 내러티브(Narrative)란 이야기가 전달되는 방식과 구조 전체를 의미하는데, 단순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가 아니라 '어떤 순서로, 어떤 시점에서 보여주는가'까지 포함합니다. 오상호 작가는 시즌 1부터 이 내러티브 구성에서 강점을 보여왔고, 이번에도 그 패턴이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번 시즌에서 주목할 빌런 에피소드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일본 야쿠자 조직과 불법 채무 착취 구조
- 윤시윤이 연기하는 국내 빌런 에피소드 (한 에피소드 전체를 맡는 구조)
- 학교 운동부 비리 및 불법 사설 격투장 관련 에피소드
- 군 내부 성폭력 사건 (시즌 2 마지막 복선의 연장선)
- 무지개 운수의 기원을 밝히는 과거 에피소드
특히 학교 운동부 비리와 불법 격투장 장면은 예고편에서 아주 짧게 등장하지만, 배우 소품 구성과 링 형태의 공간 연출을 보면 별개의 에피소드로 분리 구성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복수 윤리: 이 드라마가 던지는 불편한 질문
대학교 때 법학과 친구와 나눈 대화가 자주 떠오릅니다. 그 친구는 "법은 완벽하지 않다. 법망을 빠져나가는 악인이 너무 많다"고 좌절하듯 말했는데, 당시 저는 그게 어느 정도의 현실인지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사회에 나와 성폭력, 학교폭력, 불법 도박 관련 뉴스들을 접하면서, 그 친구의 말이 얼마나 현실적인 발언이었는지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모범택시 시리즈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법의 사각지대(法의 死角地帶)라는 개념이 핵심입니다. 법의 사각지대란 법률이 존재하더라도 증거 부족, 절차적 한계, 피해자의 경제적 열위 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영역을 뜻합니다. 이 드라마는 그 지점에서 카타르시스를 제공합니다.
다만 저는 이 지점에서 시즌이 쌓일수록 불편해지는 부분도 있다는 걸 솔직히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사적 제재(私的制裁)란 국가 권력이나 공식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인이나 집단이 스스로 판단하여 제재를 가하는 행위입니다. 현실에서 사적 제재는 오판의 가능성, 과잉 보복, 법치주의 훼손이라는 위험을 내포합니다. 드라마가 이 행위를 반복적으로 '영웅적 행위'로 그릴수록, 시청자들이 현실의 유사 행동을 정당화하는 인지 왜곡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는 지나친 것일까요.
실제로 사적 제재에 대한 인식 연구에 따르면, 미디어에서 반복적으로 사적 제재가 정당화되는 서사를 접할수록 일반인의 법 우회 행동에 대한 허용 기준이 낮아지는 경향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물론 드라마는 드라마이고, 픽션과 현실을 혼동하는 시청자가 다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시즌 3까지 이어지는 시리즈라면, 이 질문을 한 번쯤 정면으로 다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제작진과 출연진: 연속성이 만드는 신뢰
모범택시 시리즈에서 오상호 작가가 3편 전체를 일관되게 맡은 것은 드라마 팬 입장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부분입니다. 장르 드라마에서 크리에이터(Creator) 연속성이란, 작품의 세계관, 인물 관계, 서사 문법이 흔들리지 않고 축적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게 무너진 시리즈들이 시즌 3에서 얼마나 많이 실패했는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이번 연출을 맡은 강보승 감독은 낭만 닥터 김사부 3 공동 연출 경험이 있습니다. 낭만 닥터 시리즈는 감정선과 장르 긴장감을 동시에 살리는 데 성공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만큼, 이번 모범택시 3에서 어떤 연출 문법을 가져올지 기대가 됩니다. 제가 직접 낭만 닥터 시리즈를 봤을 때, 장면 전환 속도와 감정 몰입 타이밍이 특히 인상적이었거든요.
출연진 면에서도 무지개 운수 멤버 전원이 복귀했고, 여기에 장나라, 이경영, 배성우 같은 특별 출연진이 추가되었습니다. 이경영 배우의 등장은 예고편을 본 팬들 사이에서 '음주운전 에피소드'와 연결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캐스팅 자체가 에피소드 내용을 암시하는 방식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오상호 작가가 즐겨 쓰는 메타텍스트(Metatext) 전략의 일환으로 읽히는데, 메타텍스트란 작품 바깥의 요소(배우의 실제 이미지, 이전 작품 이력 등)를 작품 내 의미 해석에 활용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국내 드라마 시청률 통계를 보면, 전 시즌의 주요 출연진이 그대로 복귀한 시리즈 드라마는 첫 방영 시청률이 전 시즌 대비 평균 1~2% 포인트 높게 시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출처: 닐슨코리아).
결국 모범택시 3은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를 얼마나 유지하느냐의 싸움입니다. 스케일 확장이 시리즈의 정체성을 희석시키지 않고, 복수극의 카타르시스가 법치주의를 향한 질문으로 연결된다면 이 시리즈는 단순한 장르물 이상이 될 수 있습니다. 11월 21일 첫 방영 전에 시즌 1과 2를 다시 보며 흐름을 정리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무지개 운수의 기원을 다루는 에피소드가 가장 기대됩니다. 이 드라마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 결국 이 드라마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를 가장 잘 드러낼 것 같기 때문입니다.